골 목 사 진 관

나.는.골.목.사.진.을.찍.는.다.

Your SoonSoo 2006. 3. 15. 22:47


FM10, 50.8mm, 후지오토오토200

한달에 한 두 번은 휴일에 동네를 한바퀴씩 돌아보게 된다.
짧으면 삼십분에서 한 시간쯤, 길면 두 세 시간쯤..
골목골목을 천천히 걸으면서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들여다본다.
굳이 대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어 집안으로 들어가보지 않아도
대문안 삶의 면면들이 보인다.
가끔은 창틀에, 가끔은 대문없는 마당에,
가끔은 담 너머 풍경 속에 그들의 살아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때로는 하찮아 보이고, 때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때로는 정겹게 느껴지고, 때로는 편안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마도 나 또한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가기에 더 가깝게 다가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참 이상하다.
동네를 한 바퀴 돌고 들어올 때면 더 이상 찍을거리가 안보이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동네를 한바퀴 돌아볼 때면
골목의 여기저기에서 찍을거리들이 눈에 보인다.
내가 사는 동네뿐만 아니라 어느 동네의 골목을 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매일 똑같은 일상같지만 어제와 오늘이 다르고, 내일 또한 오늘과 다른 모습이듯
골목은 우리네 일상처럼 볼 때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도 사람들이 어울리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곳이기에
골목 또한 숨을 쉬며 일상을 살아가나보다.


나는 그런 골목 사진이 좋다.
아니 사진보다는 골목 그 자체를 좋아한다.
살아있는 듯 숨 쉬는 골목에서 숨 죽여 찍는 나의 사진 한 장 한 장들이
사진 속의 골목처럼 숨을 쉬며 살아있으면 좋겠다.
시간이 많이 흐른 어느 날 나의 골목들을 되돌아보게 될 때
여전히 고른 숨을 내쉬며 건강하게 살아있음을 확인하고 싶다.


200603. 부천. Your SoonSoo